▲  지난 10월 26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LH(한국토지주택공사) 경기지부 사옥에 오픈한 ‘카페 이스턴’ 매장에서 한 손님이 음료를 주문하고 있다. 동방사회복지회 제공

의료혜택·숙식 제공 등 복지 활동 ‘나이스 싱글 마더 프로젝트’ 통해 미혼모에 직업·창업 교육 실시 2011년엔 카페 열어 4곳 운영중年매출 3년만에 4배로 뛰어‘성공’ 고객들에 운영목적 알리지 않고 다양한 메뉴로 일반 커피숍과 경쟁

[문화일보 김영주 기자] “가족의 지지와 경제력이 뒷받침돼도 워킹맘의 삶은 고달픕니다. 싱글맘의 어려움은 일반 엄마들보다 훨씬 큽니다. 싱글맘이 혼자서 아이를 키우기 위한 경제적 자립 능력을 기르는 것, 카페 이스턴의 설립 취지입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위치한 커피숍 ‘카페 이스턴’에서 만난 김태경 동방사회복지회 부장은 “3년 동안 ‘나이스 싱글마더 프로젝트’로 150명의 싱글맘에게 직업교육 등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줬다”며 이렇게 말했다.

카페 이스턴은 43년의 역사를 가진 동방사회복지회에서 운영하는 비영리 법인이다. 자녀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능력을 갖춘 싱글맘을 양성하자는 목적에서 진행된 나이스 싱글마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립됐다. 2011년 창천동에 1호점을 개점한 이래 최근까지 4개 지점을 두고 있다. 현재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준비 중이다.

동방사회복지회는 1972년 설립 이래 아동, 한부모 가족, 장애인, 노인 등을 위한 종합 복지 서비스를 펼쳐 왔다. 그동안 6만 명 정도의 아이를 국내외에 입양시키기도 했다. 경제적 어려움 탓에 과거에는 불가피하게 양육을 포기하는 여성들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 들어 내가 직접 키우겠다는 미혼모가 늘고 있다. 현재 복지회에는 350여 명의 여성이 머무르고 있는데 이 중 70% 정도는 어떻게든 스스로 아이를 키우겠다고 결심한 싱글맘이다.

생계를 위해 일하면서 육아를 병행하는 삶은 남편이 있는 고학력·고소득인 여성에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어리고 남편도 없는 여성이 대부분인 싱글맘이 홀로 돈을 벌어 아이를 키우는 건 쉽사리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이다. 이 때문에 복지회는 싱글맘을 대상으로 출산 등 의료 혜택과 숙식을 제공하는 복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문적인 상담과 교양교육 등 사회 적응도 지원한다. 하지만 싱글맘이 무한정 기관에 머무를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최대 체류 기간 2년이 지나면 퇴소해 자립해야 한다. 이 시기가 되면 미혼모들은 “홀로 아이를 키우며 잘살 수 있을까”하는 앞날의 막막함 속에서 갈등하게 된다. 이에 따라 복지회는 퇴소 직전의 싱글맘들에게 다양한 창업·취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김 부장은 “미혼 어머니들에게는 경제적 자립이 가장 큰 숙제고, 단순히 돈을 주는 것은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며 “창업이나 취업을 돕는 것이 복지회가 하는 일인데, 아무런 준비 없이 뛰어들면 실패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커피숍과 네일아트 등 젊은 여성에게 맞는 사업을 발굴해 직업교육을 시작했다. 단순한 직업교육을 넘어 창업 등에서의 실패 확률을 낮추기 위해 복지회가 직접 실습장을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한 게 카페 이스턴의 출발이었다.

지난 4년간 진행된 복지회의 나이스 싱글마더 프로젝트는 성공을 거뒀다. 3년 만에 경영 측면에서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2011년 2690만 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12년 3221만 원, 2013년 6755만 원, 2014년 1억443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순수익은 1600여 만 원에 달했다. 광화문 매장은 월 1000여 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대부분 손님이 인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다. 미혼모 일자리 창출이라는 카페의 운영 목적은 영업 과정에서 부각하지 않고 있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카페라는 이유로 한 번은 찾아올 수 있지만, 선의만으로 두 번은 찾아오지 않는 게 손님 마음이라는 생각에서다.

김 부장은 “카페 메뉴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디저트 메뉴를 새로 개발할 때마다 구성원이 모두 모여 품평회를 하고, 바리스타를 채용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커피숍과 견줘도 뒤처지지 않는 경쟁력을 확보해 더 많은 미혼모에게 일자리와 양질의 창업 교육을 제공하자는 경영철학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올해부터는 ‘사랑의 열매’를 운영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손잡고 나이스 싱글마더 프로젝트보다 규모가 큰 ‘해피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서울·경기, 충청·호남, 대구·경상 등 전국에 커피숍과 천연화장품 공방 및 네일아트숍 등 5군데를 올해 내로 오픈하고, 내년에는 5곳의 미혼모 일터를 연다. 해피맘 프로젝트의 목적은 수익 창출이라는 기업 모델을 적용해 미혼모의 실질적인 자립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현재 178명의 싱글맘이 해피맘 프로젝트를 통해 경제적 자립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복지회는 취업보다는 창업에 초점을 맞춰 자립 교육을 진행한다. 항상 아이 곁을 떠나지 못하는 미혼모의 생활 패턴 때문에 직장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김 부장은 “근무 유연성이 어느 정도 있으면서 소자본을 갖고도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을 주로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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